최근 러시아의 시베리아 콜라마 강둑에서다람쥐 굴이 발견되었습니다. 원래는 표토층인데, 빙하기 때문에 40m의 얼음두께로 덮여 있던 툰드라지역이었습니다. 다람쥐는 먹이를 구하면 훗날을 대비해서 저장해 두는 습성이 있으므로 70여 개의 다람쥐 굴에서는 씨앗과 열매가 다량으로 출토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이 방사선 연대측정결과 이 식물은 3만2천 년 전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대부분 기온이 영하에 모무는 천연냉장고의 지역이어서 다행히 씨앗들은 썩지 않고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러시아 세포생물 과학자들은 수차례의 실패 끝에 씨방 속 태좌( ) 세포를 채취한 뒤 배양액에서 이 조직을 증식시켜 싹을 틔운 다음 일반토양에 옮겨 심어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피어난 이 아름다운 꽃은 모두 네송이. 꽃 이름은 패랭이꽃과의 일종인 '실레네 스테노필라'입니ㅏㄷ. 보십시오. 이 꽃이 바로 3만 2천 년 만에 피어난 꽃입니다.
1974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하다르 사막에서 '루시(Lucy)'가 발견됨으로써 하느님이 인류를 창조한 시기를 3백 50만 년 전으로 추산하는 것이 고고학적 정설이지만 인류 최초의 문명이 탄생된 시기는 기원전 3천 5백 년 전으로 3만 2천 년 만에 피어난 '스테노필라' 보다 훨씬 짧은 찰나에 불과합니다.
단군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도 이 꽃에 비하면 한순간이고, 아브라함이 계약을 맺고 가나안으로 떠난 것도 찰나입니ㅏㄷ. 구약성경에 기초하여 천지창조의 시기를 수많은 성서학자들은 최대 기원전 5천 년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니 '스테노필라'야 말로 천지창조 이후에 처음으로 핀 처녀 꼿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주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것도 이 꽃의 눈으로 보면 바로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일 따름이며, 우리들의 짧은 인생은 존재하지도 않는 일촌광음( )에 지나지 않습니다.
3만 2천 년 만에 피어나 '스테노필라'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신비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과 역사와 문명 따위는 저 한 송이의 꽃에 비하면 존재하지도 않는 거짓 환상일 뿐입니다. 저 꽃은 천지창조 이전부터 '사람'을 사랑하신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영광입니다. 씨앗은 다람쥐에 의해서 굴속에 파묻힌 이래로 3만 2천 년을 기다렸습니다. 언젠가는 꽃피게 될 것임을 굳게 믿고 기다려 왔습니ㅏㄷ. 그동안 대륙이 무너지고 얼음이 얼고, 바다와 땅이 갈라지고, 홍수가 온 땅을 덮어도 씨앗은 기다린다는 생각 없이 기다렸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대와 나 우리 모두는 부모들이 태어나기 전의 '한 처음'으로부터 온 '사람'의 씨앗이며,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의 창세기로부터 온 '사람'의 열매입니다. 우리가 진정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알고 또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안다.(요한 17.3)면 우리들은 모두 영원한 생명의 ㅣㅣ꽃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3만 2천 년 만에 피어나 '스테노필라'에 비하면 '주님이 오실 날도 이미 가까워져 주님은 문 앞에 서 계실 것입니다(야고 5.8~9 참조) 그렇게 보면 기다리는 것은 씨앗인 우리가 아니라,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멀리서 본 아버지(루카 15,20) 하느님이시며, '제일 좋은 옷을 꺼내 입히고 가락지를 끼우고 꽃신을 신겨 주심'으로 우리 모두는 영원한 생명을 가진 '참사람'의 꽃으로 눈부시게 부활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때가오면 죽은 이들이 하느님 아들의 음성을 들을 것이며 그 음성을 들은 이들은 살아날 터인데 바로 지금이 그때이다(요한5,25)"
최인호 베드로 | 작가
(성경 인용은 공동번역 성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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